플라스틱 없이 하루를 살아보겠다는 결심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체감하고 나니, '과연 이걸 하루라도 안 쓰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플라스틱 프리 도전, 하루 동안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나눠보려 합니다.
플라스틱 프리 도전, 시작은 준비에서부터
도전을 시작하기 전날 밤, 집 안을 둘러보며 플라스틱 제품들을 체크해봤습니다. 칫솔, 치약 튜브, 샴푸병, 포장된 식재료까지… 손 닿는 곳마다 플라스틱이 있었습니다. 준비 없이 바로 시작했다면 아침부터 난관에 부딪혔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지구샵'에 들러 대나무 칫솔, 고체 샴푸, 종이 포장 두부 등을 구입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의 소비 습관이 이렇게 플라스틱에 의존하고 있었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 불편하지만 새로웠던 아침
아침은 간단하게 두유와 토스트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두유 팩도 플라스틱 뚜껑이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결국, 종이 포장 우유로 대체하고 토스트는 동네 빵집에서 비닐 포장이 없는 바게트를 구매해 해결했습니다. 양치할 땐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을 사용했는데, 솔직히 처음엔 불편했습니다. 거품이 잘 나지 않고, 익숙한 민트향 대신 생강 비슷한 향이 나서 거부감이 있었죠. 하지만 '내가 환경을 위해 조금쯤 불편함을 감수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대체재 활용 경험, 익숙함을 넘어선 선택
점심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평소라면 배달 어플을 켜서 간편하게 해결했겠지만, 오늘은 용기를 챙겨 직접 방문했습니다. 식당에서 가져온 도시락은 스테인리스 밀폐용기였고, 놀랍게도 사장님은 '요즘 용기 내 손님 많아졌다'며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텀블러에 커피를 받는 건 익숙했지만, 포장 김밥을 거절하고 직접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용기에 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낯선 시선이 작은 자부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회용품 줄이기, 저녁까지의 고군분투
저녁 준비를 위해 마트 대신 동네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채소는 종이봉투에, 두부는 유리 밀폐용기에 담아왔습니다. 반찬은 어머니가 주신 유리그릇 그대로 식탁에 올렸고, 배달 음식 없이 직접 요리한 식사는 오랜만이었습니다. 설거지할 때는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친환경 수세미를 사용했는데, 마모가 빨라 금방 망가질 것 같았지만 거친 면이 오히려 기름기 제거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불편함보다는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플라스틱 없이 하루를 보내보니, 일상의 무수한 선택들이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만큼의 보람도 있었습니다. 내일도 플라스틱을 완전히 배제하진 못하겠지만, 줄일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이어가려 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는 하루를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요?